단기 여행자의 말레이 여행기 #1
직장을 옮긴 지 두 달. 말이 두 달이지 교육 받으랴, 나를 빌미로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 챙기랴 , 두 달을 2 년처럼 보냈던 나는 연말에는 꼭 해외여행을 가리라 마음먹었다. 아니,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지금 쉬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더욱 놀 시간이 없겠다는 각이 보여서 쉴때 쉬자, 놀때 놀자의 정신으로 비행기표를 끊게 되었다.
동남아 중에서도 말레이시아를 선택 한 이유는, 이직 하기 전 직장 동료들 때문이었다. 아시아 팀에는 싱가폴 리전 직원들이 꽤 있었는데 그 중의 반은 말레이시아 출신이라 말레이 음식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래서 나에게 말레이시아는 생소하지만서도 내적 친밀감이랄까, 동료들 덕에 좋은 인상이 있는 나라였다.
혹시 에어아시아 타시나요? 당장 그 손 멈춰!
처음으로 “에어 아시아” 라는 LCC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좌석은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지정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여행 전 부터 조금 후회를 했던 것 같다. 좌석 지정은 운에 맡기기로 했던 나. 그리고 나는 동행자와 떨어져 앉게 되었고 (당연함) 어떤 부부 옆에 시팅이 되었는데, 창가 좌석에 앉은 나를 마치 투명인간 인 것 마냥 나의 앞을 가리고 연신 창문을 찍어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불편한 비행은 이 것이 끝이 아니었다.
한국은 사상 최대의 한파가 몰려왔다던 12월 말,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17도~21도 사이를 오가는 상황이라 가벼운 옷차림으로 비행기에 올랐지만, 그 것은 나의 실수였다. 에어아시아는 저가 항공사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항공사 답게 히터를 아주 약하게 틀었고,(담요를 요청하면 추가요금을 내야한다) 비행하는 6시간동안 무릎과 발이 시린 고통이 엄습 했던 것이다. 그 고통은 옆자리 커플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마저 잊게 만들었다.

6시간의 장고 끝에 드디어 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땅을 밟게 되었고, 따뜻한 공기에 얼어붙은 무릎이 녹아내리는 듯 했다. 여담이지만 동행자의 옆에 앉은 사람들은 배우 박은빈의 팬이신 듯 했는데, 그 이유는 비행 내내 박은빈 영상과 박은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가방에 박은빈 얼굴이 박힌 뱃지를 자랑스럽게 달고있었기 때문이다. 배우 박은빈씨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쿠알라룸푸르에서 팬미팅을 했었다는 소문을 뒤늦게 알게되었고, 그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말레이시아 여행을 떠올리면 박은빈 배우분이 먼저 떠오른다는 사실 ^^
야시장에서 생에 첫 말레이 음식을 맛보다

숙소 체크인 이후 한바탕 비가 쏟아졌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였는데, 소나기 치고는 꽤 오래, 꽤 많은 비가 내렸다. 밤이 되어서야 겨우 비가 그쳤고 이때다 싶어 나간 곳은 쿠알라룸푸르에서 꽤나 큰 야시장인 “잘란알로 야시장” 이었다. 부킷빈탕 지역과 가까워서 유동인구도 많고, 현지 사람들도 삼삼오오 식사를 하러 찾아오는 듯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길게 늘어선 길을 따라 여러 노천식당이 보였고, 군데군데 흥미로운 노점까지. 정말이지 눈이 돌아가는 화려함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한바퀴 쭉 돌아 본 후 적당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여러 메뉴와 맥주 하나를 시켜 말레이시아 여행의 첫 날을 마무리했다. 옆테이블 손님들이 주문 하는 것을 보니 계산은 의외로 후불이었다. 이 많은 테이블 중에서 어느 테이블이 얼마나 먹었는지 어떻게 카운트 했을지가 의문이 들었지만 그들만의 규칙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일단은 먹는 것에 집중 하기로 했다.



우선은 말레이 방문 전 부터 귀에 닳도록 들었던 사테를 시켰다. 소고기와 닭고기 두 가지의 종류를 섞어서 시켰고 주문하고 나서 가장 먼저 나온 메뉴 였던 것 같다. 굉장히 기름지고 소스가 녹진하게 눌러붙은 꼬치구이였는데, 뭐랄까 부담스러우면서도 자꾸 당기는 맛이 났고, 옆에 같이나온 오이와 양파가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야말로 맥주 안주로 정말 딱인 메뉴였으며 만약 흰밥과 함께 먹으면 기가막힌 고소한 맛과 함께 살찌기 정말 탁월한 조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런 조합을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기억나지 않지만 정체모를 볶음면과 굴튀김을 시켰는데, 사테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하고 예측 가능한 맛이라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동남아의 별미인 코코넛쥬스와 손질한 두리안까지, 첫 날 부터 말레이 음식을 골고루 조진 나와 동행자는 부른 배를 두들기며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어서와, 레지던스 숙소는 처음이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신경썼던 것이 바로 숙소인데, 여러 번에 걸친 해외출장으로 얻은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어아시아를 탔고, 좌석 지정 추가금을 내기 싫어서 동행자와 떨어져 앉아 동행의 의미 1/3 정도는 상실 했으며, 또한 위탁수하물을 위한 비용을 또 내고싶지 않아 7kg짜리 베낭에 모든 짐을 담아오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나의 티셔츠와 속옷 등이 7일동안 매일매일 갈아 입을 만큼 넉넉히 챙길수가 없는 상황이라 반드시 세탁기가 있는 숙소에 머물러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남아의 하일라이트인 수영장도 놓치기가 싫었으므로 에어비앤비를 쥐 잡듯이 뒤져 내 입맛에 맞는 숙소를 겨우 찾아내었다.

숙소는 방사르(Bangsar) 역 바로 앞에 위치한 EST라는 고급 레지던스이고, 이 레지던스를 소유한 개인이 에어비앤비를 호스팅 한 것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레지던스 빌딩이 지하철 역과 육교로 이어져 있다는 것!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지하철 역까지 스무스하게 갈 수 있었고, 밤에 숙소로 돌아올 때도 치안걱정 할 일이 없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1층에 위치한 리셉션과 항상 어디서나 상주 중인 가드는 이 레지던스가 현지 물가로는 정말 고가의 주거시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중간층에 위치한 수영장도 화려하진 않지만 무료로 즐기기엔 충분히 관리가 잘 된 깔끔한 수영장이라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1박 요금은 한화로 3만원대였다는 것. 엄청난 개꿀을 발견한 나 자신을 매우 칭찬한다!
숙소정보는 아래에 첨부한다. 나만 알고 싶은 곳이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왠지모르게 첫 날은 우여곡절이 많아서 그런지 매우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현지인의 친절함과 맛있는 음식과 또 만족스러운 숙소까지. 이 나라의 첫인상은 참 좋았고, 남은 여행기간이 매우 기대되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To be continued…
# 이 글은 2022 12월에 다녀 온 여행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