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문득 생각나는 뭉근한 명동교자 칼국수의 맛. 나는 사실 엄마랑 가고 싶기도 했다
일요일 오후, 늦잠 자고, 밀린 빨래를 좀 하고 한 숨을 돌리다 보면 벌써 다 지나버린 주말이 아쉬워 진다. 어떻게 머리를 굴리다 보니 유튜브에 뜬 “또 간 집” 여의도 편이 뜨는 것이다. 그 곳에서는 맨 첫 집으로 진주집엘 갔는데, 가만히 진주집 먹방을 보다 보니 왠지 모르게 명동 교자의 뭉근 한 맛이 떠올랐고, 일요일 저녁으로 나쁘지 않은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사는 곳에서 중구는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그렇다고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부담스러운 거리인데, 최근에 차를 뽑은 덕에 최대 기동력을 발휘하여 명동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인근 빌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 간 명동은, 이젠 정말로 코로나 이전 때로 돌아 간 듯 했다. 아니,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은 외국인과 한국인으로 북적였고 길거리 물가 또한 그러했다. 지금 올려놓은 사진도, 명동교자 특유의 벽돌건물과 함께 와이드샷으로 찍고 싶었지만, 지나다니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도저히 예쁜 외관을 찍을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구색만 맞추어 사진을 찍었다.
내가 시킨 메뉴는 칼국수와 만두였는데, 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가게는 선불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모님이 주문을 받으시며, 주문을 하고나서는 바로 카드를 가지고 가서 결제를 하시고 돌려주신다. 그리고 결제가 들어가고 5분 이내로 만두와 칼국수가 서빙되어 바쁜 직장인과 학생, 그리고 성격 급한 사람들을 모두 커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초고속 칼국수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 그리고 옛날에는 자일리톨 껌을 바로 주셨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날은 주지 않으셨다… 더 이상 안주는 걸까, 별 건 아니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먼저 나온 만두를 먹어보니, 이로 씹자 마자 느껴지는 얇은 피와 충실한 육즙,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가 아주 일품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것도 아닌데 이 집 만두가 이렇게 맛있었나? 하며 새삼 놀라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만두는 정말 이골이 나게 많이 먹어봤는데 내가 먹어봤던 만두 중 단연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고 개인적으로 이북식의 두부와 숙주가 들어간 슴슴한 만두는 좋아하지 않아서, 명동교자의 간간하고 고기가 많이 들어간 만두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어서 칼국수가 나왔는데, 예전에 먹었던 그 맛과 비주얼 그대로라 국물 한 입을 떠 먹고나서 마음속으로 작은 감동이 몰려왔다. 한 술 뜨자마자 느껴지는 중식 느낌의 불 향이 인상적이며 고기와 함께 볶아진 애호박과 양파, 부추, 목이버섯이 굉장히 특이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음식의 느낌은 중식 울면에 가까운 칼국수랄까, 국물 또한 굉장히 걸죽하다. 다만 걸죽한 제형의 국물 때문에 후후불어 입에 넣어도 상당히 뜨거운 국물이 목구멍으로 쭉 넘어가, 마치 매생이 국을 먹는 것 처럼 깜짝 놀랄 수 있으니 너무 맛있어도 천천히 식혀서 드시길.
칼국수 안에 동서남북으로 놓여진 만두는 단품만두와는 다른 스타일이었는데, 고명이다보니 소의 양이 매우 적었고 남은 공간에 겹쳐진 만두피가 국물과 섞여 하늘거리는 식감으로 한 입에 먹기 딱 좋았다. 국물의 맛이 워낙 강렬해서 만두소가 단품 만두와 같은 맛인지는 알 수가 없었는데 아마도 같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같은 맛이어도 어떻게 빚느냐, 무엇과 같이먹냐에 따라서 다른 음식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즐겁게 감상하며 먹었다.
두 명 이서 칼국수 2개와 만두까지 모두 먹는 것은 조금 많은 양이었다. 칼국수 자체가 1인분보다 조금 더 많은 양 이라서 더이상의 음식을 시킬 필요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칼국수와 만두 하나씩 만 시키는 것은, 동행자에게 결투신청을 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므로 관계 유지를 위해 넉넉하게 시키기로 결정한것이다.

명동교자의 소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김치”이다. 마늘이 듬뿍 들어간 김치로 양념 또한 일반 김치보다 맵게 만들어져 자극에 끝을 달리는 맛으로 칼국수와 곁들여 먹기 정말 좋다. 몇 년 전, 그러니까 몇년 젊었던 나는 이 김치가 감칠맛이 뛰어난 흠잡을 데 없는 김치라고 생각했으나, 그 때보다 몇 년 늙은 오늘날의 나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보다 좀 더 직장생활에 찌들어 몸이 여기저기 성치 않았으며 특히나 위장이 매우 안좋아져 김치를 몇 조각 집어먹으니 속이 쓰린 것이 느껴졌다. 위장이 안좋은 사람은 먹고 난 이후가 걱정되는 자극이랄까, 예전만큼 매운 떡볶이도 더이상 먹지못하는 나로서, 나에게 할당된 김치를 모두 먹지 못해 아쉬운 맘 보다는 적당히 즐기고 편안한 속으로 돌아가야 맛있는 음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여 이 쯤에서 젓가락을 놓았다.

눈에 띈 것은, 예전과는 다르게 서빙로봇이 모든 음식을 가져다주고 이모님이 식탁에 내려놔 주신다는 것이다. 공항에서도 여러번 봐서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 식당도 무심하지만 발전을 위해 투자를 하는구나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고, 사람이 들고다니는 것 보다 위험하거나 불안하지 않아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소박한 칼국수지만 분명한 것은, 명동교자의 칼국수는 특별하다. 특별하지만 또 돌이켜 생각 해 보면 특별해봤자 칼국수인데 싶기도 한 무한 굴레에 빠진다. 처음 먹어봤을 때는 먹는 내내 이 무한굴레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먹고나서 한달 뒤에 “아, 한 번 더 먹어보고싶다” 하며 생각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아마 나는 또 한동안 잊고살다가 어느 순간 문득 명동교자를 찾아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