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의 록스 지역에 위치 한 오스트레일리아 헤리티지 펍에서는 특별한 토핑이 올라 간 피자를 팔고 있다
지난 7월 초, 나는 회사 해외 출장을 명목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로 가게되었는데, 생에 첫 해외출장이기도 하고 심지어 코로나 상황 이전에 시드니로 여행을 가려던 계획까지 세웠던 나는 기대감에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공식 일정보다 이틀이나 일찍 시드니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사비로 이틀의 숙박비를 더 들여 공식일정 이후에도 이틀간의 짧은 여행을 더해 정말 알 찬 비즈니스 트립을 보내고 왔다.

사실 시드니라는 도시는 번화가 또는 대도시라서, 그 나라의 전통적인 건물이나 자연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이곳 저곳을 살펴보려고 사전 조사도 꽤 오랫동안 했었다. 그리고 20대 시절에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시드니에 살고있어서 연락이 닿는다면 만날까 생각도 했었지만 끊긴 연락을 잇기엔 우리는 너무 오랜시간 소식을 전하지 않았던 탓에 만날수가 없었고, 그리하여 겸사겸사 개인일정은 혼자서 다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만들어 둔 ‘시드니에서 꼭 가야 할 리스트’ 그 중, 레스토랑이자 펍인 오스트레일리안 헤리티지 호텔 에서 악어와 캥거루 피자를 먹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혼자 먹었던 혼밥/혼술이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혼자서 이런 것들을 해보겠나 싶어 열심히 촬영하고, 소감을 기록하고 제 딴에는 이 짧은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겼다고 생각한다.
악어와 캥거루의 반반피자

위 사진에 보이는 피자가 내가 시킨 반반피자인데 왼 쪽이 악어, 그리고 오른쪽이 캥거루가 피자에 각각 올라가있다. 메뉴 중에 에뮤(emu) 라는 동물이 올라간 피자도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모르는 동물이라 일단 위 두 가지의 메뉴로 반반 먹어보았는데, 피자의 사이즈도 스몰과 라지 두 가지가 있었고 내가 시킨것은 스몰이었다. 사실 시킨 이후에 라지피자가 잘못나오는 바람에 실수로 남의 테이블 음식을 먹을 뻔 하기도 했다.
악어 피자는 잘게 썬 고수가 올라갔는지, 피자를 입에 딱 베어무는 순간 고수향이 났고 악어고기의 질감이 느껴졌다. 비쥬얼은 닭고기보다 좀 더 허여멀건한 색깔에 구운 생선의 살결처럼 부스러지는 느낌이 들었고, 생선보다는 조금 더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있어 마치 닭고기와 생선의 중간쯤의 재질이 느껴졌다. 고수향과 위에 올려진 라임을 뿌렸던 탓일까 캥거루쪽 보다는 좀 더 이국적인 느낌이 나기는 했지만 고기의 냄새만 맡았을때는 토치로 구운 닭고기향이 났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질감 없이 가볍게 즐기기 좋은 맛이었다.
캥거루 피자는 눈을 감고 먹었다면 한국에서 흔히 먹는 불고기피자를 먹는 것 처럼 너무나도 평범한 맛이었다. 다른 토핑은 피망, 양파, 라즈베리와 함께 흔히 먹는 치즈소스가 뿌려져있었고, 게다가 캥거루 고기는 얇게 저민 후 소스와 함께 구워냈기 때문에 캥거루 특유의 질깃한 질감이라던가 향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가까운 식감을 찾자면 소고기 안심을 얇게 썬 느낌이나 조금 바짝구운 불고기와 매우 흡사했다. 다른 팀원이 캥거루 고기 스테이크를 먹고 생각보다 근육이 많아 질겼다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는데, 이 피자에 올라간 고기는 그런 라이브한 느낌은 내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얇은 도우를 쓰는 콤비네이션 피자의 맛이 났던 굉장히 무난한 피자의 맛이어서 간간히 맥주로 목을 축이며 배를 채우기 아주 좋았다. 초등학생이 정말 좋아할 맛이었다.
시드니의 로컬 맥주 시음기

하루종일 걸어서 돌아다닌 여행의 끝에 먹는 특별한 피자. 그리고 그 맛을 더욱 증폭시켜 준 음료가 있었으니, 그 것은 바로 로컬비어였다. 운 좋게도 나는 출장기간 내내 저녁식사를 팀원들과 펍에서 같이했기 때문에, 3~4일에 걸쳐 여러가지 추천받은 로컬비어를 맛볼 수 있었다. 방문 전, 여러가지 조사를 했던 것이 무색하게 음료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함께 식사를 했던 루프탑 펍에서 호주 맥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처럼 띵 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다. 중국에 갔다면 칭따오, 태국이라면 싱하, 일본에서는 아사히, 독일에서는 파울라너를 마시듯 호주에도 당연히 로컬에서 만든 맥주가 있겠지.
그렇지. 방구석에서 4캔에 만 천원짜리 세계맥주를 그렇게 마셔놓고, 여행지에서 로컬비어를 마실 생각은 하지못한 나는, 1차원적 술꾼에 불과했다는 짧은 자조와 함께 충실히 맥주를 시음했다.
1. 포파인즈 퍼시픽 에일 (4 Pines Pacific Ale)
직역하면 네 개의 소나무 라는 뜻을 가진 포파인즈라는 브랜드의 맥주는 여러가지 형태의 맥주를 팔고 있는데, 내가 펍에서 보았던 종류는 4가지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내가 먹어 본 것은 퍼시픽 에일이라는 것이었는데, 아마 한국 맥주에 가까운 느낌의 가장 마일드한 맛의 맥주였던 것 같다. 향도 세지 않고 색도 옅었으며 알콜 도수 또한 다른 종류보다 가장 낮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다른 종류도 마셔보긴 했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니 음식과 함께 곁들인다면 무난하게 금방 비울 수 있는 맥주이기도 했다.
2. 칼튼 드레프트 (Carlton Draught)
호주에 떨어진 첫 날이 마침 일요일이라, 회사 건물이 가득한 시드니 중심가에는 저녁을 먹을만한 식당이 여의치가 않았다. 물론 지금이라면 당장 10분거리인 차이나타운으로 달려가겠지만, 모든 것이 어색했던 첫 날. 그리고 11시간 비행 이후 또다시 11시간 정도의 관광 강행군에 매우 지쳐있던 우리는 숙소 근처의 펍을 겨우 찾게되었고, 여기서 처음 맛보았던 생맥주가 칼튼이었다. 갈증과 피곤이 섞인 내 몸에 굉장히 순한 맛의 맥주가 부어지는 순간 한국의 삼겹살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꿈을 잠깐 꾸었던 것 같다. 한 줄로 평하자면, 정말정말 소주를 섞고싶은 맛 이라 할 수 있겠고 순했던 것 외에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나의 호주인 매니저는 이 맥주의 별칭이 Worker’s beer 라고 하며 유래에 대해서 매우 깊게 설명을 해 주었는데, 영국에서 넘어온 죄수 일꾼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 듯 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매니저는 이 맥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포파인즈가 맛있으니 다음 잔은 그 것으로 바꾸라고 나에게 충고했었다는 것이다.
3. 발터 (Balter)
매니저가 예약 해 주었던 루프탑 바에서 마셔본 맥주인데, 이 맥주에 대해서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조금 있다. 무얼 선택해야 할지 두리번거리고 있던 차에, 어떤 덩치가 큰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와서 나는 당연히 내가 모르는 회사 동료라고 생각하고 냅다 통성명부터 했더랬다.
여느때와 같이, “안녕! 나는 어디에서 온 누구라고해! 정말 만나서 반갑다.” 라고 영혼없는 인사를 건네자 그 남자는,
“오우 그러니? 한국이라고? 어쩐일로 여기에 왔니?” 라고 눈을 반짝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당황했다.
우리 회사의 행사와는 별개로 그 남자는 그 펍에 맥주를 마시러 온 다른 손님이었고, 맥주 탭 앞에서 멀뚱히 서 있는 나에게 스몰톡을 걸었던 것이다. 그때 그 털보남자가 마셔보라고 추천 해 준 맥주가 바로 발터였고, 어떤 종류를 먹었는지는 경황이 없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XPA 였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맥주에서 굉장히 진한 과일향이 났기 때문이다. IPA나 XPA 계열을 좋아하는 사람은 꽤나 좋아할만한 맛이었고, 나의 옆에서 같이 대화를 했던 멜버른 출신의 동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
어째 실컷 말해놓고나니 로컬들은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만 (결론은 포파인즈가 짱이다?) 늘어놓은 것 같은데, 처음으로 ‘로컬 비어’라는 것을 의식하고 맛을 본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되었다.
유산 같은 곳이지만 캐쥬얼한 매력이 있는 펍

펍이라 함은 덩치 큰 아저씨들의 전유물 혹은 남자들만 오는 곳이라 오해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 곳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바깥 테이블에서는 젊은 남녀가 가벼운 맥주를 곁들이며 삼삼오오 놀고 있었고, 나와 가까운 테이블에서는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며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아마도 이 곳이 호텔 1층에서 운영하는 펍이다보니 호텔의 투숙객도 부담없이 올 수 있는 가게여서, 그리고 위치한 장소가 The Rocks 라는 굉장히 유서깊고 핫한 장소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호주의 모든 술집의 종업원은 특별한 라이센스가 있어야만 근무가 가능하다는 현지인의 설명대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서양의 거칠고 위험한 펍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호주라는 나라 자체가 음주에 대해 어떤 인식으로 대하는지를 가볍게 엿볼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호주 하면 가장먼저 생각나는 먹거리는 캥거루일것이다.(먹거리가 아니라 마스코트일까) 실제로도 비싼 레스토랑에서 캥거루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팔 정도이니 과연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게 올라간 피자라니… 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이라면 눈치를 챘을 것이다. 바로 관광객을 이목을 끌기에 가장 좋은 아이템이라는 것, 그 말인 즉슨 **현지인은 찾지 않는 음식**이라는 뜻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비로도 오기 힘든 곳에 운 좋게 온 만큼, 어느정도 눈탱이는 각오를 하고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꺼이 돈을 지불했고, 경험했고, 이렇게 글을 쓸 정도의 강한 인상이 남았다. 처음 하는 혼자 여행, 그때 먹었던 특별한 음식, 아마도 이 때의 추억은 그 것의 가치와는 달리 앞으로도 두고두고 기억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