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에서 개최되고, 올리가 돈을 바쳤던 뮤직 페스티벌 후기
나는 음악 페스티벌을 무척 좋아한다. 물론 공연장 내에서 하는 콘서트나 오케스트라같은 공연도 매우 좋아하지만, 노래 사이사이에 오는 적막과 품위유지가 가끔은 숨막히게 다가올때가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페스티벌의 가장 큰 장점은 야외의 날씨와 음식을 공연의 현장감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자유다 (음식이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상경을 하게되고, 이에 따라 접근성과 금전적 여유가 뒷받침되면서 꽤나 활발하게 페스티벌을 즐겨왔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우연히 산책삼아 구경을 갔던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나 페스티벌 좋아하네!?” 를 외치며 나의 취향을 깨닫게되었고, 이후로 라인업이 괜찮은 페스티벌을 통장이 허락하는만큼 열심히 다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때만큼 자유롭고 큰 무대를 즐기기엔 아직 이른감이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의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의미에서 지난날의 추억을 한 번 되짚어 보기로 한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5

이 당시, 내가 이 페스티벌을 가게 된 이유는 단 한명의 아티스트, 카로 에메랄드를 보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은 항상 구매 후에 핸드폰에 음원파일을 옮겨두거나 MP3 파일을 구매하여 소장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그 시기의 MP3 플레이 리스트엔 항상 카로 에메랄드의 앨범이 있었고 ‘Liquid Lunch’, ‘Tangled Up’, ‘Completely’ 같은 노래에 푹 빠져 살았었다. 사전정보 없이 무작정 갔던터라 좋은 자리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매일 음원으로만 듣던 아티스트의 라이브를 실제로 봤다는 사실에 매우 벅찼던 것같다. 특히나 Liquid lunch의 쿵짝거리는 기타소리에 맞추어서 모든 관객들이 뛰던 모습이 아직 잊혀지지 않았고, 카로 에메랄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무대가 되어서 본의아니게 더 유니크한 무대가 되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서재페는 티켓값도 매우 비싼 편이며 심지어 티켓을 구하기도 굉장히 어렵다. 페스티벌계의 에르메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 때의 라인업을 보니, 이 때는 3일을 꽉 채운 스케줄인데다가 재즈 아티스트의 비중이 꽤 높았던 것 같고 이정도의 퀄리티라면 기꺼이 비싼 돈을 낼 만하지 않았나 싶다.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5

서재페의 기억이 너무 좋았을까? 내친김에 락 페스티벌까지 점령하고자 갔었던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었다. 3일 중 첫째날인 금요일만 갔었고,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거리인데다 정말 더웠던 7월의 날씨에 3일 모두 참석 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하루만 선택을 해서 갔던 기억이 난다. 특히 노엘 갤러거가 멤버로 있는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의 공연을 보고싶었기 때문에 금요일을 선택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첫째날에 너무 고생을 했기 때문에 주말 시간을 확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좋았던 점은, 정말 날 것의 락 페스티벌을 경험했다고 할까. 실제로 3일동안 텐트를 치고 숙박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서 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고 노엘갤러거의 Don’t Look Back In Anger를 라이브로 들었다는 것!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단점이 존재했다. 내가 이 페스티벌을 가기 전에 간과했던 것이 있는데, 공연장 위치가 인천 대부도였기 때문에 질퍽한 뻘 바닥을 장마기간에 걸어다녀야 했고 더 무시무시한 것은 도시보다 2배 정도 강한 바다모기가 쉴새없이 온몸을 물어뜯었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진흙투성이인 데다가 모기를 쫓기 위해 종종걸음을 하는 상태로 공연을 감상했다.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정말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좋은 페스티벌 이었지만, 이런 추억이라면 나의 페스티벌 인생에 한 번 느껴본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바다모기에 뜯긴 퉁퉁 부은 발을 회복하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렸다는 것은 안비밀
컬러 미 라드 서울 2016

사실 이 행사는 페스티벌이라기엔 마라톤 대회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개그우먼 박나래가 행사의 디제잉과 MC를 맡았고, 나는 가지 않았지만 에프터 파티에서도 디제잉을 했기 때문에 애매하게 페스티벌에 발을 걸치고 있는 축제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행사는 정해진 코스에 따라서 쭉 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그 중간에 누군가가 분필가루같은 파우더를 던져 온 몸에 색을 입힌다. 파우더를 조금 더 몸에 잘 뭍히기 위해서 물을 뿌리는 구간도 있었고, 물총을 쏘는 구간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 때 친구와 둘이서 참가를 했었는데 더 많이 친구들을 모아서 여럿이서 참가했으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약간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썬글라스나 티셔츠는 행사 주최즉에서 미리 사이즈를 조사해서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크게 옷을 버렸거나 다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나, 이 컬러 파우더가 머리에 엉켜붙은게 가장 후유증이 오래갔다. 머리를 아무리 감아도 뻣뻣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며칠동안 머리를 감을 때 마다 물감이 계속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잇는 또다른 종류의 페스티벌 후유증이었으며, 이때 찍은 사진은 얼굴이 죄다 초록색이거나 빨간색이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지도 못하는 내 역사상 비운의 축제로 남았다. 이 특이한 축제가 궁금하다면 📍여기 티켓 판매처의 이미지를 참고 해보면 되겠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6


내가 처음 전체 기간동안 모두 참석했던, 내 돈과 시간과 정신과 체력을 모두 쏟아 부은 페스티벌이지 않았나 싶다. 그 만큼 내 사진첩에는 이 때의 사진과 영상이 매우 많고 지금까지도 강한 여운을 주는 행사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첨부된 포스터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로열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금요일에 진행된 사전공연으로 이 페스티벌의 막이 열렸다. Full day가 아닌 저녁에만 진행했던 공연이라 금요일도 티켓을 살까 말까 망설였지만 Demien Rice가 로열나이트의 헤드라이너였어서 아마 나처럼 울며 겨자먹기로 금요일까지 티켓을 모두 구매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토요일 공연에서는 GoGo Penguin, Vintage Trouble 의 공연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두 밴드는 이 때 처음 알게 된 아티스트인데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이목을 끄는 연주실력과 멜로디때문에 한참 넋을 놓고 봤었고, 이 페스티벌을 계기로 안면을 트게되어 지금까지 계속 이 밴드들의 노래를 종종 찾아서 듣고있다. 항상 수변무대에서 진행하는 고상지의 반도네온 연주와 항상 서재페를 방문하는 Wouter Hamel의 특별무대, 그리고 더위를 피해 들어갔던 홀에서 들은 빈지노의 무대까지 정말 쉴 새 없이 무대를 옮겨가며 열심히 공연을 봤더랬다.
마지막 일요일 공연은, 88마당에서 Corinne Bailey Rae를 꼭 봐야하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체력을 조금 아껴두기로 했으나 5월의 서울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인데다 햇빛이 너무나도 따가웠다. 비싸더라도 별 수 없이 생맥주를 마시며 더위를 쫓았고, 집에서 준비 해 간 망고를 안주삼아 당을 충전해야했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겨우 달아오른 뺨을 식히며 무대를 감상할 여유가 생겼는데, 그 때 들었던 코린 베일리 래의 Like A Star의 선율이 내가 하루종일 땀을 흘렸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나의 주변에 앉은 커플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에서 화이트와인을 꺼내 마시며 노래를 듣는 여유를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다음 페스티벌에서는 나도 꼭 와인을 사가서 헤드라이너 공연을 보면서 마시겠다고 다짐했다. 아쉽게도 다음 기회는 오지 않았지만… 이때 공연을 영상으로 찍어 둔, 그리고 구글포토에 백업 해 둔 과거의 내 자신을 칭찬하며 영상을 함께 첨부한다.
한수원 아트 페스티벌 2019

사진첩을 훑어보던 중 2017, 2018년에만 페스티벌에 간 흔적이 없어서 내가 사진을 안찍었거나 다 지워버렸나 한참을 고민했는데.. 생각 해 보니 이 시기에는 사실 페스티벌 보다는 해외여행을 다니느라 바빴던 시기였다. 2017년엔 대만 타이페이, 일본 후쿠오카로 가기위해 여름휴가를 모두 탕진했고, 2018년엔 독일에 여름휴가 겸 친구를 만나러 일주일간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렀었다. 그리고 그 해 말에는 찰리푸스 내한 콘서트와 라라랜드 오케스트라 공연에 정신이 팔려있어 잠시 2년동안 페스티벌의 존재를 잊어버렸고 사실상 페스티벌에 쓸 돈을 모두 여행에 쏟아부었던 것 같다.
2019년 5월, 우연히 나는 경주 한수원 페스티벌에서 보아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입수하고 한창 여행에 빠져있던 나는 경주로 여행을 갈 아주 좋은 핑곗거리를 만나게된다! 정말 오랫만에 페스티벌인데 거기다가 여행이라니,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기차와 숙소를 예매했다. 여담으로 이때 내가 묵었던 📍풍뎅이 호스텔 이 상당히 가격도 괜찮고 깔끔하며 위치도 황리단길이랑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놀러다니기도 좋았던 곳이라 매우 추천한다.
무료 공연이었고 하루짜리 공연이라 여태 겪은 유료 페스티벌과 비교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볼빨간 사춘기, 헤이즈, 잔나비, 청하, 빈지노 등 상당히 빵빵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마지막은 보아와 싸이의 무대가 편성되어있어 정말 섭섭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퀄리티를 보였다. 다들 라이브 실력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증명이 되어있는 아티스트들이라 불편함 없이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 아니었나 싶다
그린 플러그드 동해 2019

그린 플러그드 동해는 아마 내가 마지막으로 갔던 페스티벌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과 남동생이 강원도 동해시에 살고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차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가서 모래사장 위에 돗자리를 깔고 공연을 봤던 기억이 난다. 라인업은 여름 해수욕장에 걸맞게 꽤 유명한 인디 밴드와 국내 아티스트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사실 포스터를 보고 엄마는 잘 모르는 아티스트가 많다고 생각해서 지루해 하실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중 몇몇 밴드는 불후의 명곡에 나왔었다고 하시며 오히려 내가 엄마에게 멤버 소개를 들어야했다.
기억에 남는 공연은 10CM의 골반춤과 무대를 휘어잡는 스킬이 매우 인상깊었고, 일요일 라인업 맨 앞머리에 써져있는 YB가 거의 하드캐리를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사실 윤도현의 라이브를 듣고나니 하루종일 들었던 다른 밴드의 공연은 뭐였나 싶을 정도로 퀄리티의 차이가 극명했는데, 낮에는 바닷소리 들으며, 망상 해수욕장의 짠내를 맡으며 띵가띵가 듣던 노래였다면 저녁에는 순식간에 YB 만의 공연장에 온 것 처럼 상반된 분위기를 만들며 흡입력 있고 큰 임팩트를 주었다. YB인데, 말 해 뭐해!
그 외, 그리고…
여기엔 쓰지 않았지만 UMF 에도 갔던 적이 있다. (연도는 기억이 안남) 내가 EDM 음악은 통 듣지 않는 터라 아무리 역대급 라인업이라고 광고를 해도 도통 알 수 없는 DJ들만 계속 나오니, 즐겼다기 보다는 신기하게 노는 사람들을 구경하러 갔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 할 것 같다.
기대와 주목을 한 눈에 받던 2022년 서재페는 코로나의 여파를 극복하기엔 아직 버거웠던 것일까, 모두의 기대보다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은 구성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88마당 한 군데에서만 3일간 진행되었으며 하루에 5팀의 아티스트만 공연을 하므로 엄청 감질나는 스케줄인데다가 재즈 페스티벌이라고 보기 힘든 라인업까지… 그런데 티켓값은 하루에 165,000원 사실 4개 무대에서 진행을 했던 과거에는 여기저기 무대를 찾아다니는 재미로 놀았었고, 다른 팬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매년 서재페에 적지 않은 티켓값을 지불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가지 않는 쪽을 선택했고, 그 날 근처의 재즈 라이브 바를 찾아 아쉬움을 달랬다. (사실 알렉 벤자민은 조금 보고싶었다)
아마 올해까지는 다른 페스티벌 주최사도 눈치게임을 하는 중이라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것이라 생각되어서, 정말 본격적인 페스티벌은 내년을 기대 해 봐야 되지 않을까. 예전의 정말 재미있었던 뮤직 페스티벌과 얽힌 나의 추억을 반추하며 앞으로 돌아올 페스티벌을 기대 해 본다.
